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대회 총괄을 맡게 되어 책임감이 무거웠지만, 많은 관심 속에 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몇 가지 크고 작은 문제들을 미리 방지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해볼 만큼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하니 후회는 없다.
이번 대회도 작년 운영 과정을 토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운영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던 부분들을 기록해두려 한다.
출제자 / 주관부서 교체
이번 대회부터는 rdd6584 선배님이 출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도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 차기 주최자가 될 후배를 찾아야 했다. 대회 개최 규칙상 주최자는 최소 1회의 운영 경험이 필요했지만, 재학생 중 출제 자격을 갖춘 분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kimyh9797님과 둘이 마지막으로 출제를 맡으며 대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는데, sk14cj님이 출제에 참여해보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셨다. 당시 sk14cj님의 푼 문제 수가 900문제 미만이었으나, startlink에 개최 요청을 하기 전까지 1000문제를 채우겠다고 하셨다.
예산 마련을 위해 지난해 주관을 맡았던 인천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 다시 연락을 드렸더니, 올해도 외부 인원을 참가자로 받아야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꼭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정보기술대학 교학실에 문의해보라는 조언을 받아 곧장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또 주관이 바뀌다 보니 대회에 대해 처음부터 설명드려야 했고, 대회를 하면 좋은 점, 타 대학 현황, 출제자의 약력 등을 담은 제안서를 PPT로 만들어 메일로 보내드렸다. 그러자 정보기술대학장/부학장님과의 미팅이 잡혔고(...?), 다소 긴장됐지만 높은 분들께 직접 설명드리면 대회 운영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제안서와 기획안을 들고 학장실을 찾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장님께서 2016년에 열린 코딩챔피언쉽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다. 나는 그 당시 입학 전이어서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검색해보니 체육관에 PC를 설치하여 3인 1팀으로 진행된 대규모 대회였다.
학장님은 재학생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학년별 토너먼트나 학과 대항전처럼 대회의 판을 예전처럼 키우기를 원하셨지만, 학생 세 명이 예선과 본선을 나눠 문제를 세팅하고 체육관 규모의 대회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또한, 현재 재학생들의 관심도도 수백 명이 참여할 만큼 높지는 않아서, 작년 정도의 규모로 예산을 고민해보았다.
우선,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상을 많이 만들었다. 학장님께서는 참여자 전원에게 고급 도시락을 지급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시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 출제자가 변경된 만큼 더 꼼꼼한 검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수진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이를 모두 종합해 예산을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작년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출제자 인건비도 작년에는 그냥 주는 대로 받았지만, 올해는 받고 싶은 금액을 제시해보라고 하셨다... 적당한(?) 금액을 말씀드리기 정말 쉽지 않았다.ㅎㅎ;
요구사항
재학생만을 위한 대회가 된 대신,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다.
1. 평일에 대회 개최
이전에 거점형 취업역량 프로그램과 연계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이언스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남은 예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대회가 매번 다른 행사와 연계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정기적으로 열렸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강의실 대관이나 수업 일정, Open Contest 등을 고려해 항상 토요일에 대회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행사 일정에 맞춰 목요일에 진행해야 했다.
평일 대회 개최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 PC 사용 가능한 강의실을 수업 일정을 피해 대관해야 한다.
-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우에게 공결문을 제공해야 한다.
- 본 대회와 Open Contest를 따로 진행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학장님께 직접 말씀드리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농담으로 대회 당일 수업을 휴강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왠지 진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좌석 수를 예측하기 어려워 대회 홍보와 함께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구글 폼을 통해 혹시 참가를 망설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같이 조사했는데,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당연히 작년보다는 쉽게 출제할 예정이었는데, 작년 기출문제 난이도를 보고 겁먹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110명 정도가 수요조사에 응답했고, 강의실 세 곳(예비 강의실 포함)을 대여했다. 실제 참여자는 70명 정도였기 때문에, 예비 강의실은 사용하지 않았다.
2. 현금, 상품권 지급 불가
작년엔 상금을 지급했지만, 이번에는 규정상 현금 지급이 불가능해서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을 선정했다.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상품을 고르기 어려워 수요조사에서 원하는 상품도 물어봤는데, 맥북, 현금, 기프티콘, 모니터, 헤드셋, 보조배터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규정상 지급이 불가능하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상품들이 많았다.
3. 특정 기준 없이 상품 지급 불가
기념품으로 학교 굿즈를 제공하려 했으나, 규정상 기념품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셨다. (사실 제공한 도시락 가격이 기념품보다 비쌌는데, 사람들에게 도시락은 기념품으로 인식되지는 않는 게 아쉽다.) 기념품의 주목적은 실력에 자신이 없는 분들도 동기부여를 받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특별상을 실력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기준으로 최대한 고민해보았다.
- [얼리버드상] 대회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참가자
- [럭키비키상] 7, 77, 777번째 제출자, 7, 77번째 정답자
- [좋은 질문입니다상] 대회 중 질문하기 기능을 이용한 참가자
- [얼음땡상] 스코어보드 프리즈 이후 최초 정답자
- [버저비터상] 각 문제를 가장 마지막에 제출한 참가자
- [유감입니다상] 상을 받지 못한 참가자 중 가장 높은 등수를 기록한 참가
- [새내기상] 1학년 참가자 중 우수 성적을 기록한 참가자
- [유니크상] 가장 적게 사용된 언어로 제출한 참가자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상] 제출 기록이 가장 많은 참가자
- [포기하지 않는 마음상] 0솔브 중 제출 기록이 가장 많은 참가자
- [9/26상] 제출한 코드 길이가 926byte에 가장 가까운 참가자
- [숏코딩상] 가장 짧은 정답코드를 작성한 참가자
- [롱코딩상] 가장 긴 정답코드를 작성한 참가자
- [7전 8기상] 어떤 문제를 7번 틀리고 8번째 제출에 해결한 참가자
일단 최대한 중복 수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했으나, 만약 중복 수상이 될 경우에는 랜덤으로 상품을 지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품을 받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 한다며 랜덤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결국, 남은 상품은 [가장 멀리서 온 참가자], [생일이 9/26과 가장 가까운 참가자]에게 돌아갔다.
체크리스트
다음 대회 운영을 대비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정리해두었다.
1. 참가자 규모 빠르게 파악하기
본 대회처럼 여러 강의실을 대관해야 할 상황이라면, 강의실 수를 확정해야 보조 스태프 인원을 계산할 수 있다. 스태프 인건비도 예산에 포함되므로, 참가자 규모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2. 문제 아이디어 미리 확보하기
출제 과정에서 좋은 문제라 하더라도, 참가자의 실력에 맞는 난이도 커브를 맞추기 위해 버려지는 문제가 꽤 많다. 평소에 출제하고 싶은 문제 아이디어를 미리 기록해두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3. 디자인 파일 관리 철저히 하기
작년에 사용했던 포스터, 명찰, 폼보드 등의 원본 디자인 파일이 모두 사라져서, 올해 새로 제작해야 했다. (교학실에서 근로하시는 분들이 고생해주셨다.) 수정 가능한 원본 파일을 잘 저장해두면 추후 제작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4. 접근성에 신경 쓰기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학우들이 많기 때문에, 공지사항을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사전 수요조사]를 [참가 신청]으로 착각해 대회용 계정을 받지 못해 참가하지 못하고 돌아간 두 분이 계셨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또한, 이메일로만 공지하면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중요한 내용은 문자 메시지나 학교 앱 알림 등으로 리마인드하는 것이 좋다.
후기
E번 이후 모든 문제가 골드 이상 난이도로 예상되었고, 플래티넘 문제는 없었다. 양쪽 스코어보드가 모두 걱정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나름 선방한 것 같다. 다만, 다음 대회에서는 Open Contest에서 빠른 올솔브를 방지할만한 킬러 문제를 더 공들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재참여 의사가 100%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와이파이는 여름방학 때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대회를 하계, 동계로 나눌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는데, 1년에 두 번 대회를 여는 건 앞으로 인천대학교의 PS 판이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달렸다. 알고리즘 동아리나 PS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대회를 마치고, 학장님께서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해주셨다. 내년, 내후년에도 대회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시는 듯하여 대회 운영 과정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장님께서는 마치 수능 출제위원 같다며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고, 출제하느라 상을 받지 못한 운영진들을 위해 따로 공로상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동이었다.
아무튼, 이번 대회로 대부분의 인수인계를 마쳤고 출제자 모집 홍보도 완료했다. 나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총괄직에서 물러나 INU 코드페스티벌의 변화를 지켜볼 예정이다. 문제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출제 및 검수자로 참여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참가자로, 2021년에는 출제자로, 그리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주최자로 참여하며 보낸 5년 동안 많은 추억이 담긴 대회인 만큼, 앞으로도 후배들이 잘 이어나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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